일요일 오후부터 물이 나오지 않습니다.

요즘 덕촌리는 숙원사업이었던 상수도 공사가 한창인데,

일하시는 분들이 옛 수도관(30여 년 전에 묻은)을 잘못 건드리면서

몇몇 집에 물이 안 나오는 ‘사태’가 벌어지고 말았습니다.


우리 집도 그 가운데 하나. 

씻는 일은 뒤로 미뤄두고(이거야 뭐 그리 어렵지 않습니다만^^),

먹는 일은 최소한의 물로만 해결한다고 쳐도, ‘싸는’ 일은 문제가 크더군요.

물만 없으면 곧바로 ‘허당’이 되고 마는 수세식화장실.

지구도 살리고 ‘우리도’ 구하는 푸세식뒷간을 만들지 않은 걸

어제오늘 뼈아프게 후회하고 있습니다.


다행히 엊저녁부턴 마당수도에서 물이 나오기 시작해 한시름 덜었습니다.

집안의 수도에서 물이 한 방울도 나오지 않아 여전히 불편하지만, 

마당에 쪼그리고 앉아 설거지를 하노라니 옛 생각이 절로 나는군요. 

덕촌리로 처음 이사 오던 2007년 여름,

불편함의 극치를 경험하면서도 앞날이 무지갯빛으로만 그려지던 ‘비닐하우스 시절’.

그 아름답던 날로 돌아간 것 같아 문득문득 ‘행복’하기까지 합니다.  

식구들이 모두 떠난 ‘직후’에 이런 일이 벌어진 것도 ‘행운’입니다.

엄마 칠순 모임을 지난 주말 우리 집에서 했거든요.

그 때 만약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,

사랑하는 엄마의 생신을 엉망진창으로 만들 뻔했습니다.

무엇보다 한 바가지의 물로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많은지

그걸 ‘새삼’ 생각해보게 됐으니 그것도 고마운 일이지요.


그렇다면 이건 뭘까요?

추억으로 돌아가 보기도 하고, 아찔한 일도 피해 가고, 물의 소중함도 알게 되고...

그런데도 가라앉지 않는 이 짜증의 정체는?^^;