이 ‘고백’을 하려는데 왜 미안한 마음부터 드는 걸까요.

우리 사는 모습을 보며 ‘귀농’을 꿈꾸셨을 분들,

그분들께 미안해서 입이 잘 떨어지지 않습니다. 


실은...

이번 달 말에 원주로 삶터를 옮깁니다.

아주 가는 건 아니에요.

평일은 원주에서 ‘약간의’ 돈벌이를 하고 주말은 단양에서 농사를 짓는,

‘이중생활’을 해볼 생각입니다.


갑작스럽게 결정한 것도 아니지만, 그렇다고 오래 고민한 것도 아닙니다.

그냥 좀 쉬어가고 싶다는 것. 그게 ‘떠남’의 이유입니다.

집짓기와 농사짓기는 우리를 행복하게 한 일들임에 틀림없지만,

행복을 준만큼 우리를 힘들게 한 일이기도 했습니다.

‘엄살’ 같아 보일 수도 있겠지만, 지금 우리에겐 휴식이 간절히 필요합니다. 


고백컨대, ‘땀 흘린 꼭 그만큼’의 대가는 이곳에서 얻어지지 않았습니다.

농사만으로 밥을 먹고 사는 일은 ‘불가능한 꿈’일 뿐이라는 걸 뒤늦게 알았고,

(과수나 특용작물의 경우는 예외겠지만, 그건 우리가 자신이 없네요.^^;)

모든 이웃이 정다운 건 아니라는 것도 조금 늦게 알았습니다.


고정수입을 약간 얻는 대신 농사는 쉬엄쉬엄 짓고(집 앞밭 600평만 부칠 생각입니다)

사람은 조금 덜 만나는 대신 내 시간은 조금 많이 갖고...

단 몇 년이라도 그런 삶을 한 번 살아보고 싶어졌습니다.

그렇게 몇 년 살다 돌아와, 처음처럼 다시 시작하고 싶습니다.


돌아오기 위해 떠납니다.

잠시, 어쩌면 좀 오래...



덧. 이번 달 말에 떠나는 건 가을걷이 때문입니다.

     고구마와 땅콩은 이미 캤고 들깨는 털기 시작했어요.

     들깨를 마저 털고 나면, 토종꿀을 뜨고 땅콩을 까는 일만 남았습니다.  

     아, 땅콩 까기는 원주에서 하게 될 확률이 높네요.

     작디작은 새 보금자리에서, 즐거운 마음으로 땅콩과 함께하겠습니다.

     (웬만큼 까면, 농산물장터에 판매 공지 올릴게요...^^)