아직 어색합니다.
며칠 전 이 공간에 ‘농경민으로 살았어도 유전자는 유목민에 가깝다’고 썼지만
이곳에서의 삶이 실은 많이 어색합니다.
집 앞에 가게가 있다는 게,
버스가 자주 다닌다는 게,
나이 든 사람보다 젊은 사람들이 훨씬 많다는 게,
연탄을 갈지 않아도 방이 따뜻해진다는 게,
윗집에서 쿵쿵대는 소리가 들린다는 게,
창 너머로 앞산 대신 ‘앞동’이 보인다는 게,
채소를 돈 주고 사야 한다는 게,
물을 끓여 마셔야 한다는 게,
한 동네에 살아도 서로 인사를 하지 않는다는 게,
흙 한 번 밟지 않고도 하루가 살아진다는 게,
온종일 집에 있어도 아무도 나를 찾지 않는다는 게,
아직 참 낯섭니다.
문득 궁금합니다.
나는 대체, 어느 별에서 온 걸까요?
원주는...
제가 신혼시절을 보낸 곳이지요.
단구동에 있는 마당이 넓고 재래식 부엌(연탄난방)이 딸린 단칸방이었는데
3년간 주인집 식구들과 사이좋게 잘 지냈습니다.
떠난 지 15년 넘었지만, 지금도 휴가때는 원주를 찾곤 합니다.
새로운 곳에 자리를 잡으신 두 분에게도
원주가 살기 좋은 곳으로 다가갔으면 하는 바램입니다.
이제 밀라노에 와서 혼자 사는 것도 6개월 가까이 되었네요.
조금 외롭긴 하지만 여기도 사람사는 곳이라
희노애락 다 겪으며 지내고 있지요.
살다 보면...
인연이 닿으면...
또 만나게 될
두 분의 행복한 원주 생활을 기원하며
밀라노에서