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내 몸의 피는 여러 번 뽑아봤어도 내 논의 피는 처음 뽑아봅니다.

키 작은 풀들은 우렁이가 먹지만, 벼보다 높게 자란 피들은 우리들의 몫.

무릎 위로 올라오는 논장화를 신고 옆구리엔 피 담을 주머니를 두른 채

온종일 논물을 누볐습니다.

과연! 밭매기와 달리, 주저앉을 수가 없으니 허리가 꽤 아프더군요.

피와 벼는 또 왜 그리 헷갈리던지,

뽑은 것 중에 벼가 더 많았던 건 아닌지 은근히 걱정이 되네요...^^;


그래도 참 많이 웃었습니다. 

미끌미끌 발에 닿는 논바닥의 감촉도 좋고  

군데군데 우렁이가 낳아놓은 알들도 신기하고

요리조리 올챙이가 헤엄치는 모습도 예쁘고…. 

우리 논 옆으로 트럭을 몰고 지나가던 귀남언니가

‘멋있다’며 소리를 질러주고 갈 땐 기분이 정말 좋더군요. 

자기는 수십 년을 해온 일이면서,

처음 피를 뽑는 초보들에게 멋있다고 말해줄 줄 아는 사람.

우렁이보다, 올챙이보다,

그 사람 때문에 많이 웃었습니다.